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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경제학은 기존의 주류 경제학인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등장했다. 이들은 인간이 합리적으로만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이 비판하는 합리성이란 애덤 스미스가 말한 합리성, 즉 최소 비용을 투입해 최대의 효용을 얻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합리성이나 효용 이론이 무척 중요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인간의 경제활동을 보면 이런 효용 이론에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행동주의 경제학은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사람들은 늘 합리적 선택, 즉 최소 비용을 들여 최대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효용을 추구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죠. 이익을 더 얻을 수도 있는데 어느 선까지만 가고 멈춘 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대형 매장이나 백화점 같은 데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려면 줄을 서잖아요? 효율성을 중시한다면 당연히 가장 짧은 줄을 비교해서 선택하겠죠? 또 지하철을 탈 때를 생각해보세요. 매일 타고 다니다 보면 어느 플랫폼에서 타야 빨리 가게 될 지를 알게 되잖아요.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 보면 계산대에서 줄을 서거나 지하철을 탈 때 사람들이 반드시 가장 효율적인 것만 택하는 게 아니란 겁니다. 귀찮기도 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도 있고, 어쨌든 그냥 중간쯤 되는 곳에서 줄을 서거나 지하철을 타곤 하죠.
더 나아가 사람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타인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때론 자기에게 불리한 줄 알면서도 이타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1997년에 IMF 체제가 도입되었고 외환 위기가 닥쳤습니다. 당시 전 국민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이 일어났어요. 사실 그때는 한국의 화폐 가치가 떨어져 있어서 금의 가치가 높았죠. 쉽게 말해 금값이 높았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금을 한국 돈으로 교환하는 행위는 개인에게는 불이익이 되죠.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집에 보관하던 금을 가지고 나왔어요.
이런 금 모으기 운동은 이타성이 작용한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죠. 국가라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이 애덤 스미스의 ‘합리성 원리’를 따르지 않는 행동을 했어요. 국가가 망하면 개인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움직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을 사회학적으로 보자면 사회유기체설이나 국가주의 국가관, 공동체주의 같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기를 희생 하는 관점이죠.
정리하면, 인간은 꼭 합리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며, 행동의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 행동주의 경제학의 주장입 니다. 반드시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을 때도 있고, 최대가 아닌 적당한 이익을 추구하기도 하며,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는 거죠.
일본의 도모노 노리오가 쓴 행동 경제학에는 이런 게임이 나옵니다. 1부터 100까지의 숫자가 있어요. 그중에서 좋아하는 숫자 하 나를 선택합니다. 모든 사람이 선택한 숫자 평균치의 3분의 2에 가장 가까운 수를 고른 사람이 게임에서 이기는 거예요. 간단한 게임입니다. 참가자 전원이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 평균치는 당연히 50이겠죠? 50의 3분의 2는 33입니다. 그럼 모든 사람이 33이라고 대답하기 쉽겠죠? 그 결과,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33의 3분의 2인 22가 첫 번째 후보가 됩니다. 여기까지 생각했는데 참가자 전원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답은 다시 22의 3분의 2인 15가 되고, 이런 식으로 반복됩니다. 그렇게 10, 7, 5, 3으로 이어지 고, 마지막에는 1이 아니면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201명을 대상으로 게임을 실시한 결과 응답한 숫자의 평균치는 24였습니다. 그래서 24의 3분의 2에 가장 가까운 16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승자가 되었다고 하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계산적으로 따져 보면 분명히 답은 1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끝까지 내려가지 않고 중간까지 가다 말았죠. 24에서 멈추었고 그 3분의 2인 16에서 끝났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아까 줄 서기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어떤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사례로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을 경매에 부치는 실험을 했어요. 참여 인원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신용카드로, 한 그룹은 현금으로 지불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경매였는데도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그룹이 현금으 로 지불하는 그룹에 비해 60~110퍼센트나 높은 금액을 써 냈다고 해요. 고전 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인간'의 모습과는 좀 멀게 느껴지죠?
이처럼 행동주의 경제학은 인간이 일관성과 합리성으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을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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