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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理性)이라는 용어는 ‘이성에 부합한다'는 의미이며, 이성과 합리성은 거의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합리성은 인간 사유의 특성이기도 한데,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순수 합리성, 실천적 합리성, 이기적 합리성, 도구적 합리성이다.
합리성이라는 말은 다양하게 쓰이는데, 각각의 개념들이 다 중요합니다.
첫 번째는 순수 합리성입니다. 말 그대로 순수한 합리성, 즉 다른 것과 섞이지 않은 합리성이죠. 이 합리성은 현실의 어떤 이익과도 섞이지 않고 이해관계와도 무관합니다. 수학적·기하학적 합리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변의 길이가 같고 그 끼인각이 같을 때 두 삼각형은 닮은 꼴이다.” 같은 수학적 법칙이 있겠죠.
하버마스는 순수 합리성을 ‘토론이성’이라고 했어요. 토론이성이란 토론을 통해 합리성을 찾아가는 것을 뜻하죠. 개인의 입장이나 이득에 얽매이지 않은 채로 오롯이 상대방과의 토론을 통해 올바르고 이성적인 답을 얻는 것입니다. 처음에 자신이 가졌던 의견을 버리거나 바꾸기도 하면서요.
데카르트의 '이성'이나 칸트의 ‘순수이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런 합리적 사유 능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론 철학의 핵심입니다. 데카르트는 이것을 ‘생득(生得) 관념’이라고 표현했어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죠. 반면 경험론 철학은 순수이성을 '인간의 감각적 경험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죠. 후천적으로 쌓아가는 것입니다.
합리성의 두 번째 내용은 실천적 합리성입니다. 칸트는 “도덕적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도덕적 이성이 인간 내면에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라고 보았어요. 선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이성이 곧 실천적 합리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 번째 합리성은 바로 이기적 합리성입니다. 이 부분도 다른 부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여러 분야에 걸쳐 등장하죠. 이게 바로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효용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이에요. 쾌락주의자들이 말하는 합리성은 효용ᆞ쾌락・이익・유용성 등과 같은 뜻 입니다. 이 중 유용성은 공리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용어이기도 해요. 또 실용주의자들이 말하는 ‘실용성’ 개념도 이와 비슷합니다. 실용성은 유용성에 현실성을 덧붙인 거라고 보면 되죠. 경험론자들이 주장하는 ‘감각과 경험'이라는 것 역시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 다.
네 번째 합리성은 도구적 합리성입니다. 20세기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가 말한 '도구적 이성’이 이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인간의 합리적 사고 능력은 어떤 실용적 목적을 위한 수단·방법・도구가 된다는 시각이에요. 효용 이론과 거의 비슷한 결론인 것 같죠?
20세기 미국의 실용주의는 영국의 17세기 경험론과 19세기 공리주의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17세기부터 19세기는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예요. 그런데 20세기가 되면 세계에서 가장 힘 센 나라가 미국이 되죠. 원래 미국은 철학계에서는 비주류였는데, 정치ᆞ군사 등의 측면에서 힘을 가지면서 주류 국가가 되었죠. 그 영향을 받아 등장한 미국의 철학이 실용주의 철학입니다. 이전의 경험론이나 공리주의는 인간의 순수한 합리성을 배제했었죠. 그런데 실용주의는 이것을 도구화한 거예요.
지금까지 다룬 네 가지 합리성을 정리해 보면, 합리성의 성격은 결국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합리성을 순수한 토론이성, 즉 기하학적ᆞ수학적 합리성으로 보는 입장이죠. 두 번째는 경험론 계열에서 등장한 합리성으로 쾌락주의와 가깝습니다. 합리성을 유용성ᆞ효용성으로 본 애덤 스미스와 쾌락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시각들이 여기에 속해요. 공리주의와 실용주의의 이성 개념 역 시 이쪽입니다.
그러므로 '합리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 순수한 합리성인지 효용의 합리성인지를 먼저 판단해 보세요. 또한 합리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면, 비합리성은 이와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파악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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