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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 철학은 이성을 중시하는 대신 감각이나 경험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경험주의 철학은 경험과 인간의 욕망을 중시했고 이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실용주의 철학은 이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화하였다는 점에서 이성주의 철학이나 경험주의 철학과 구분된다.
실용주의는 20세기 미국의 존 듀이로 대표되는 철학입니다. 영어로는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이라고 하며, 17세기의 경험론과 19세기의 공리주의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가장 미국적인 철학인 실용주의는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경험적 존재로 봅니다. 철학사에서 인간을 경험적 존재라고 보는 입장은 소피스트-에피쿠로스-경험론-공리주의-실용주의로 이어집니다.
실용주의 철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는 도덕 성장론입니다. 인간의 도덕이 성장, 진화, 진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타고난 사고 능력 자체는 시간이 간다 해도 좋아지지 않죠. 반면, 지식은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고 쌓입니다. 그게 바로 귀납적(歸納 的) 지식입니다.
17세기 영국 경험론 철학자인 프란시스 베이컨의 '지식 성장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귀납적 지식은 합리적 • 이성적 지식이 아니라 실험과 관찰의 결과로 나온 지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17세기의 베이컨이 알던 지식과 20세기의 아인슈타인이 아는 지식이 다르죠? 또 지금의 우리는 어떤 분야에 대해선 아인슈타인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지식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사회도 발전하죠. 그것을 '사회 개선론’이라고 합니다. 존 듀이의 개념인데, 여기에서 사회 개선이라 할 때는 정신적·이성적 측면보다는 물질적·경제적 측면이 강합니다. 사회 개선론에 기초해서 도덕 성장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도덕 성장론을 제안한 듀이의 주장을 따른다면 물질적·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일수록 도덕적으로 진보한 나라라는 결론이 나와요. 물질적 성장-귀납적 지식 발전-사회 개선론-도덕 성장론의 순서니까요. 이런 시각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공자 같은 철학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의 도덕이 타락해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꼭 사상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물질이 번영할수록 도덕 수준은 나빠진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학적 지식이 늘어나면 사회의 물질적인 면이 발전하지만, 그에 따라 정신적·문화적인 측면은 오히려 나빠진다는 생각이에요. 이런 것을 문화 지체(遲滯) 현상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유교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듀이의 도덕 성장론 관점을 인정하기 힘든 면이 있어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그 상황에 맞는 도덕과 윤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실용주의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상대주의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겠죠? 사회가 바뀌었으니까 이제 과거의 도덕으로는 안 되고 새로운 상황에 맞게 윤리와 도덕이 성장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요즘 첨예하게 논쟁이 되고 있는 안락사를 둘러싼 윤리 문제의 경우, 예전에는 이런 문제 자체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안락사를 할 수 있는 의학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이런 논쟁이 나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우주 시대가 열리면 우주에 대한 윤리가 필요해지고, 새로운 생명공학이 발전하면 그에 맞는 생명윤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20세기에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무척 치열했어요. 그런데 그 시대에 우주정거장에서 미국 우주선과 소련 우주선이 도킹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서로 만나서 문이 열리고 양쪽의 선장들이 나왔겠죠. 그런데 소련 우주 비행사는 영어로 이야기를 했어요. 반대로 미국 우주 비행사는 그 말을 알아듣고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땅 위에서는 두 나라가 극도로 대립하고 있었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같은 인류끼리 다투지 말자는 새로운 우주윤리를 만들어 낸 것이죠. 앞으로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남한과 북한이 우주정거장에서 마주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 어떤 윤리로 서로를 대해야 할까요?
도덕 성장론에 이은 실용주의 철학의 두 번째 내용은, 행동주의 철학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공부한 행동주의 경제학과는 좀 다른 내용이에요. 행동주의 철학은 오히려 환경결정론이나 행동주의 심리학과 관련이 되죠. 행동주의 철학에서 인간은 사회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규정됩니다. 즉 인간의 내적인 요소인 심리적·정신적 이유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철학이 환경결정론이나 행동주의 심리학과 이어진다는 것이죠.
실용주의의 세 번째 특징은 도구주의입니다. 실용성의 목적을 위해 인간의 이성을 도구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죠. ‘실용성의 목적'이 있을 때라는 전제 조건에 주목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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