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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의 딜레마라는 개념이 있다. '딜레마'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다. 집단행동의 딜레마는 개인이 집단을 형성한 상태에서 경험하는 딜레마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자진해서 행동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즉 수인의 딜레마는 이런 집단행 동의 딜레마 중 하나이다. 이 딜레마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에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을 보여 준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A와 B가 은행을 털고 나서 경찰에 붙잡혔다고 가정해 봅시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확신하는데, 구체적인 물증은 얻지 못한 상태입니다. 범인들의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 경찰은 A와 B를 격리해 가둡니다. 여기에서 격리 수용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범인들은 잡힐 경우 자백을 하지 않기로 사전에 서로 약속을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거예요. “어느 한 사람만 자백해서 진실을 털어놓을 경우에, 그는 즉시 석방되고 다른 한쪽은 10년 형을 받게 된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자백하면 두 사람 모두 5년 형씩 받게 된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자백하지 않으면 둘 다 2년 형씩만 받게 된다.”
두 범죄자가 모두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합리적이란 무엇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죠. 물론 바로 석방되는 것이 가장 이익이겠죠. 그런데 내가 석방되려면 상대는 10년 형을 받아야 합니다. 상대 입장에서도 합리적이려면 상대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죠. 그러려면 사전에 동의한 대로 양쪽 다 자백하지 않고 각각 2년 형을 받는 것이 모두에게 합리적인 결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두 사람 모두 5년 형씩 받는 것으로 결과가 나옵니다. 내가 약속을 지킨다 해도 저쪽에서 배신할까 봐, 상대는 풀려나고 나 혼자 10년을 살게 될까 봐 서로 불신하는 거예요. 사실 끝까지 서로를 믿으면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파국을 맞는 겁니다. 두 사람의 형량의 합을 4년으로 끝낼 수 있었는데 합이 10년이니까 실패죠. 집단적인 시각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합리적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개인에게 최악의 상황은 혼자 10년 형을 사는 겁니다. 상호 신뢰하고 협조하면 모두 유리한데, 그것을 알면서도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게 바로 딜레마죠.
물론 이 상황에서는 경찰들이 상황을 몰아가겠죠. 너는 자백을 안 하지만 저쪽에서는 자백을 할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은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약속했으면서 저 녀석이 그런단 말이야? 자칫하면 내가 10년을 살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나도 자백하자.”라며 상대를 불신하는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죄수의 딜레마는 각자 개인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합리적이었던 의사 결정이 전체적으로 모두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을 보여 줍니다. 또 이 딜레마는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의 합리성 간의 갈등을 나타내기도 해요.
우리가 경쟁 사회에서 애덤 스미스의 이론대로 행동한다면 남이 어떻게 되든지 나의 이익만 추구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사회적으로 볼 때 결국 좋은 것이 아니며, 서로 도와서 사회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훈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에서 배울 점입니다.
상호 협조를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상호 신뢰죠. 구성원들이 서로 협조하고 신뢰해야 사회 전체의 효용성이 올라갑니다. 이 내용을 노동이나 경제적 이익의 문제로 전환할 경우에도 결국 핵심은 똑같아요. 요즘은 개인주의보다 공동체주의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물을 때 이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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