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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의 딜레마 중 하나인 공유지의 비극은 한마디로, 공유지는 어떻게 해서 황무지가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기·하천·호수·늪·토지 같은 자연 자원과 항만·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통틀어 공유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사회의 것이지만 결국엔 한 사람 한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공유 자원은 공유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공유 자원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합니다. 예를 들어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그것을 치우는 사람이 필요해지고, 그 사람에 대한 임금은 내가 낸 세금에서 충당하죠. 개인이 공유 자원을 이용한 비용은 결국엔 내가 부담합니다. 그런데 이 공유 자원은 남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그래서 공유 자원을 이용하며 각 개인이 얻는 편익이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의 수준을 웃도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개럿 하딘이라는 학자는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불렀습니다.
원래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떤 마을에 공유지가 있고 사유지가 있어요.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사유지에서 자기 소들이 풀을 뜯어 먹게뜯어먹게 하겠죠. 그런데 어쩌다 보면 누군가의 사유지에 풀이 잘 자라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그 사람의 소를 잠깐 공유지로 이동시켜서 풀을 뜯게 하자고 예전부터 약속을 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내일은 사유지에 문제가 생긴 한 사람이 자 신의 소를 공유지로 이동시키기로 한 날입니다. 그런데 그날 밤 모든 사람이 자기 땅은 두고 공유지로 소를 이동시켜서 풀을 뜯어먹게 하는 겁니다. 공유지에 풀이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해요. 소들이 아예 뿌리까지 다 뽑아 먹게 내버려 둡니다. 그 결과 공유지는 황무지가 되어 버립니다. 사유지가 아니라 공유지만 이용한 결과죠.
내 땅의 풀을 아끼고 공유지를 이용했으니 얼핏 볼 때는 나에게 이익인 것 같지만, 사실 불리한 결과입니다. 공유지는 원래 내 것이나 다름없어요. 나도 소유주의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공유지는 ‘나만의 것'이 아니니까 ‘남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공짜라는 생각이 들어 낭비를 합니다.
공유지가 황무지가 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우선 상호 토론이 필요해요. 상호 토론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 소비량 자체가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나무를 많이 베어 산이 황폐화되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중간 점검을 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의 벌목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전체 벌목량을 알려 주고, 1인당 평균 얼마의 나무를 베었는지 알려 주었습니다. 1인당 평균 벌목량이 공개되면, 그 평균보다 나무를 적게 베었던 사람들은 더 많이 베게 될까요? 아니었어요. 오히려 사람들은 나무를 이전보다 더 적게 베었습니다. 평균보다 많이 벤 사람들도 자신의 벌목량을 줄여 나가게 됩니다. 이 사례에서 공유지가 황무지로 변하기 않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자신이 지금 과소비하고 낭비한다는 사실을 각 사람에게 일깨워 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 간의 합의를 통해 제도적 차원을 보완한다면 더욱 좋겠죠.
공유지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높이려는 사람들의 욕심은 효용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통적 미의 합리성, 즉 개인의 합리성이에요. 사회적 합리성이 아닙니다. 사회적 합리성을 이행하려면 공유지를 황무지로 변 하지 않게 해야 되겠죠.
공유지의 비극을 이야기한 하딘은 이런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사유재산권 강화, 공해세 부과, 출산 및 이민 억제 정책 같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결책들은 누군가의 개인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어요.
정리하면 공유지가 황무지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이죠. 먼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해서 소비를 줄여 가도록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방법으로는 부족할 때 개인의 희생이 일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법적이고 제도적인 강제력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 두 방법 중에서 후자는 공리주의의 방식에 가까워요. 벤담이 말한 '강제성'과 서로 통합니다. 하지만 더 바람직한 방식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쪽이겠죠? 공유지의 비극은, 모두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다 파국을 맞는다는 맥락에서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최근에는 집단행동 딜레마의 내용 자체보다, 어떻게 해야 공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를 더 중요하게 다룹니다. 즉, 인간이 자율적으로 상황을 인식하도록 돕는 다양한 장치의 고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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