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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정의론을 제기한 마이클 샌델은 ‘사고팔 수 있는 것’과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것’의 구분을 명확히 한다. 반면 롤즈의 정의론은 시장 자체 의 공정성 문제나 가치 훼손이라는 문제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샌델은 롤즈의 정의론이 자본주의 시장의 한계를 언급하지 않기에 자유주의적이 라 비판한다. 롤즈의 정의론이 복지국가의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단계론은 시장의 문제를 지적하기 어렵다. 이 런 비판 위에서 샌델은 공동체주의적인 정의론을 제기한다.
어느 나라나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민주주의 정치를 요구합니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나면 다시 경제적인 분배에 대한 요구가 등장합니다. 그 뒤에는 사회적 공동체 의식의 필요성이 제기되죠.
경제성장이 문제되는 상황, 다시 말해 당장 먹고살기가 힘든 때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힘들어요. 한국에서 197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하에서 반정부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이 전체 국민에게까지 번져가지는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경제성장이라는 과제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는 사실이 원인일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을 평가할 때 현재와 같은 경제 발전의 기초가 성립된 시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다수 있습니다.
롤즈의 복지 개념이 등장한 1970년대 미국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복지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미국의 복지 정책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미약했다고 봐야죠.
복지국가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크게 북유럽형과 서유럽형, 미국과 일본형이죠. 미국과 일본은 자유주의적 경향이 강한 편입니다. 반면 서유럽은 복지주의의 원조인 스웨덴형과 유사하면서도 자국에 맞게 현실화하려 노력했었죠.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를 생각하면 됩니다.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가 논쟁하며 이제 21세기가 되었습니다. 마이클 샌델은 신자유주의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마이클 샌델이 한국에 와서 강의를 했는데, 첫 마디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자신은 강의를 무료로 열었는데, 좌석이 제한되다 보니 좌석에 웃돈이 붙어서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던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지만 모든 것을 사고팔 수는 없다는 샌델의 가장 기본적 문제의식이 잘 나타난 발언이었죠.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는 인간의 생명을 제외하곤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샌델이 지적했듯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것이 있죠. 이건 규범적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장기 매매 같은 것은 어떻습니까. 신장이 나빠서 죽어 가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타인의 신장을 얻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친족이나 공여자의 기증이 아니라 매매라면 문제가 복잡해져요. 인간성 훼손의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인간의 장기를 매매할 수 있는가, 이런 것이 상품화될 수 있는가를 질문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롤즈의 정의론에는 이런 측면이 없습니다. 신자유주의가 태어나기 이전, 정치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확대된 상황에서 경제적 분배를 요구한 것이 롤즈니까요. 롤즈가 평등 원칙과 차등 원칙만 말했다면, 마이클 샌델은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샌델의 공정성은 자율성과 연결됩니다. 자율적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이뤄져야지, 강제적으로 매매가 이뤄진다면 시장 자유주의 원칙에 위배되죠. 그런데 현실 사회에서 매매 행위지만 실제로는 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들이 있어요.
앞서 예를 든 장기 매매 사례가 그렇습니다. 자신의 신장을 돈을 받고 판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었으니 이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샌델의 시각입니다. 빈곤 등으로 인한 강제성이 수반되었다면, 이는 인간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되고 맙니다. 샌델은 이처럼 신자유주의를 향해 전면적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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