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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해서는 많은 대답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모든 후보가 복지를 이야기할 정도로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어떤 것이 제대로 된 복지인지가 현재의 논쟁이다. 그 과정에서 대두한 개념이 바로 정의이다. 20세기 미국의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존 롤즈는 정의론이라는 책을 썼는데, 현재 존 롤즈의 정의론과 21세기 마이클 샌델의 이론을 묶어 사회정의론으로 보기도 한다.
정의라는 말을 쓸 때는 보통 '사회적 정의'를 뜻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죠. 그렇게 모이다 보면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것을 발견합니다. 이해관계가 비슷하더라도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요. 이런저런 이유로 인류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의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정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논쟁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심지어 그리스의 소피스트 중에는, “정의는 힘이다.”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어요. 권력을 잡으면 그게 바로 정의라는 의미죠.
존 롤즈는 정의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의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현실주의자이며 기능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아테네 민주주의 체제를 인정하기는 했습니다만 동시에 플라톤의 이상주의적 철인정치를 비판하고, 현실의 아테네 민주주의도 비판했죠. 중간계급의 정치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정의였어요. 중간계급은 지금으로 말하면 중산층이 되겠죠?
철인정치는 소수가 결정권을 갖는 과두정치의 일종이죠. 철학자들, 즉 지식 집단이 결정한다는 내용이니까요. 그런데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다 보면 다수가 불만을 일으키게 되어 있어요. 즉 사회적 불안 요소가 많아집니다.
민주주의가 긍정적인 부분이 이 지점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수에게 권력을 위임했기 때문에, 비록 소수의 불만이 있더라도 다수는 불만이 적겠죠. 과두정과 비교해 볼 때 민주정은 사회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예요. 반면 민주정의 약점은 사회의 하층에게 결정권을 주면서 중간계급 같은 불만 세력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또한 중우정치 같은 문제도 있고요.
중우정치가 문제라고 비판한 인물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 플라톤, 그리고 그 스승인 소크라테스입니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중간계급의 정치'를 주장했던 것입니다.
‘중산층이 튼튼한 사회' 같은 말을 많이 합니다. ‘양극화’가 문제라는 말도 들어 보셨죠? 소수의 상류층과 다수의 하류층으로 구성된 피라미드형 사회보다는 중간층이 두꺼운 항아리형 사회가 안정적이란 말이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기원전 4세기부터 중산층이 붕괴되면 사회가 무척 불안해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시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돌아가봅시다. 종교적으로는 절대자의 가르침, 절대적 진리를 지키는 것이 정의라고 말할 겁니다. 그리고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고민도 하겠죠. 하지만 인간은 종교적 존재면서 사회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정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추상적인 올바름만으로는 인간의 문제를 설명할 수 없고, 결국 분배의 문제가 정의의 핵심이 됩니다.
철학적으로 정의는 ‘각자에게 자신의 적절하고 균등한 몫을 배분하는 것’이겠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개념을 중산층, 중간계급의 정치라는 구체적 원리로 정리했습니다.
이와 달리, 정의를 ‘절대 평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다 똑같이 나누어 줘야 옳다는 의미죠. 인간의 필요는 누구나 같으므로 동일한 분배를 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는 생각입니다. 이 생각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해 왔어요. 자유 주의에서는 능력 차이를 무시하고 절대적으로 평등하게 분배하는 자체가 불평등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능력에 따른 분배를 제대로 하고 있나요? 이것이 여러분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논쟁이 곧 현대사회의 정의론 논쟁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할 거예요. 나는 일생을 열 심히 노력하며 능력을 키웠는데 왜 취직도 안 되고 되는 게 없나. 도대체 능력에 따른 분배가 뭐냐, 그런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거죠.
‘능력에 따른 분배’라는 말만큼 유혹적인 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따라가다 논쟁이 더 격화되기도 합니다. 기능주의자와 자유주의자도 능력에 따른 분배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심지어 공산주의자들도 나름의 정의론을 가지고 능력에 따른 분배를 주장합니다. 결국 이 개념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모두가 공유하는 정의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한 번 다루겠습니다.
‘능력에 따른 분배'라는 말이 나오면 많은 학생들이 그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자본주의 사회이며 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체제가 가장 익숙하죠. 그러다 보니 다른 체제에 대해 무조건 비판 적으로 보기 쉬운데, 한 걸음 떨어져서 정의의 개념에 대해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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