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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는 1970년대 미국의 학자로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미국 사회가 이제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확보했으므로 분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롤즈의 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다. 기본적 자유권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원칙은 차등의 원칙으로, 최소 수혜자(사회적 약자)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갈 때만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이 2단계 원칙을 정리하면, 정치적 민주주의가 확보된 뒤 경제적 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68혁명은 1968년 당시 선진국이던 공업 국가들, 그러니까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된 나라에서 민주주의적 요구와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요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일어났죠. 미국은 당시를 전후로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에서도 68혁명이 격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68혁명은 실패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당시 20대의 젊은이였던 68세대들은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세대가 됐습니다. 민주주의가 깊이 뿌리를 내린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롤즈의 2단계론 주장은 정치적 민주주의가 되고 나서야 경제적 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 특히 미국 민주당의 복지 정책의 원리라고도 볼 수 있어요. 2원칙은 최소 수혜자에게 우선혜택을 준다고 했죠. 이 복지 정책으로 인해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확보됩니다. 혜택을 받은 쪽에서는 자신이 어려울 때 많은 것을 제공해 준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지지 않겠어요?
롤즈의 원칙은 경제성장 이후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그 다음 분배가 가능해지며, 이후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 순서라는거죠. 이렇게 단계적으로 간다는 거예요. 이런 사고는 미국의 역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0~60년대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합니다. 도중에 매카시즘이라는 반공주의와 극우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경제성장 규모는 매우 컸어요. 성장이 되고 나니 68혁명을 통해 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68혁명은 정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 대한 요구도 있었어요.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라는 요구였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초를 수립하는 정도에서 끝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시 경제적 분배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지 문제가 등장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미국의 1970년대였습니다. 롤즈의 이론으로 보면 1970년대 미국은 이미 1원칙은 어느 정도 달성된 사회였다고 봐야 해요. 그 단계에서 2원칙으로 나가자고 주장했던 사람이 롤즈였습니다.
롤즈의 개념 중에 무지의 베일이라는 가상 장치가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 놓인 사람에게 자본주의, 공산주의, 복지국가 중 어느 형태의 사회로 가고 싶은지 묻는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자신이 어떤 사회 계층에 속하게 될지는 모른다는 전제조건을 붙이고요. 이런 조건이 무지의 베일인데요. 이 경우엔 자신이 최하층이 될 가능성도 염두해서 최소 수혜자를 배려하는 룰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즉 복지사회를 선택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실험은 복지국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주죠.
이 이론에 한국의 실정을 대입해 볼까요. 한국은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까지 경제성장을 했죠.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는 1970~80년대에 지속해서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21세기인 지금은 복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롤즈의 이론에 의하면 복지가 확립되지 않으면 공동체주의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설명만 본다면 롤즈의 2단계 원칙이 현실과 딱 맞아 떨어진다 싶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어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나라가 있다고 합시다. 국민들이 제대로 먹고살 수도 없는 지경이에요. 그럼 그런 나라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할 수 없는 걸까요? 정치적인 민주주의는 생각하지 말고 경제성장부터 이루라고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단계론에 구애받지 않고 둘 다 한꺼번에 해결하면 안 되느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롤즈 이론의 단계론적인 면모는 공리주의 비판에서도 드러납니다. 롤즈는 공리주의가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등장했어요. 공리주의는 사회 전체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 개인의 이익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사상입니다. 그런데 롤즈가 보기에는 공리주의가 차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평등한 자유의 원리를 훼손한 거예요. 2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1원칙을 무너뜨릴 수 없다, 쉽게 말해 복지국가를 위해 정치적 민주주의나 시민의 권리 같은 것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이 롤즈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19세기의 공리주의자나 공동체주의자들이 본다면 롤즈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할 수 있겠죠? 복지국가를 이야기한 롤즈지만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자유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쨌든 공리주의와 롤즈의 정의론 모두 당시 시대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지평을 연 사상들입니다. 공리주의는 19세기 자본주의가 사익을 극대화해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려 했고, 롤즈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달성된 68혁명 이후 경제적 분배가 필요하지 않느냐며 문제 제기를 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이론이나 학자를 볼 때엔 그 시대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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