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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등의 저서를 통해 과학사라는 학문 영역을 만들었다. 쿤은 '정상 과학'과 '비정상 과학'을 구분한다. 정상 과학이란 그 사회에서 다수가 인정하는 과학이며 지배적인 과학이다. 반면 비정상 과학은 소수의 인정을 받는다. 그는 정상 과학이 비정상 과학이 되고 비정상 과학이 정상 과학이 되는 과정을 탐구했는데, 이런 과정은 급진적이고 혁명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쿤은 그 이유를 패러다임에서 찾았다.
중세 유럽의 정상 과학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던 지배적 과학 이론으로 천동설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반면 지동설은 그 시대에는 비정상 과학이었어요. 하지만 근대로 넘어오자 지동설이 정상 과학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진리가 시대에 따라 변했다는 것을 상대적 개념이라고 합니다.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은 이와 같은 상대적 진리관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과학사’라는 학문 영역이 있습니다. 과학 이론의 역사를 보는 건데 정상 과학이 비정상 과학으로, 비정상 과학이 정상 과학으로 변하는 역사인 셈이죠. 그런데 이 과학 진리의 변화라는 것이 점진적으로 천천히 누적되며 변화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급진적, 혁명적으로 ‘대체’된다고 했습니다. 어제까지 진리였던 주장이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이론이 되어 있더란 말이죠. 쿤은 그 이유를 패러다임에서 찾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다는 거예요.
패러다임이란 말은 원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범주’라는 뜻으로 쓰였어요. 이후 이론・가설ᆞ학설 등의 의미로 확장되었고 세계관이나 가치관, 코드 등의 용어도 패러다임과 비슷한 의미예요. 처음엔 과학 이론에 쓰이던 말이 점점 퍼져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서도 널리 쓰이게 된거죠.
19세기 이후의 과학을 근대과학이라고 하는데 바로 뉴턴의 과학입니다. 뉴턴이라고 하면 만유인력의 법칙이 떠오르죠. 이 법칙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항상 변함이 없는 진리라고 합니다. 절대주의적 시공간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반면 20세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어떤가요? 뉴턴 과학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지금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 또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시간 역시 동일하지 않은 속도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학이 바로 상대주의적 사고관과 이어지는 것입니다.
절대주의적 사고관에 기초를 둔 여러 영역이 근대적인 학문을 이뤘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관념론 철학이 그랬죠. 이런 사상의 흐름은 20세기에까지 영향을 끼쳤어요. 절대주의가 뭐죠? 특정한 기준을 절대화하는 사상입니다. 그 특정 기준이 개인이라면 자유주의가 되고, 공동체를 절대화하면 평등주의 즉 복지국가 이론이나 사회주의 등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등장한 뒤 이제는 상대주의 세계관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세계관이 정치학 • 경제학 • 사회학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어요.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변화했죠. 예를 들어 기존의 실증주의를 거부하고 해석학이 등장했고, 상대주의에 근거를 둔 행동주의 경제학이나 해석학적 사회학이 나왔습니다. 절대적 법칙이라 여겼던 경제학의 필립스 곡선, 즉 물가와 실업의 반비례 법칙도 1980년대에 들어 붕괴되고 맙니다. 상대주의적 경제학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죠.
역사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주의에 기초를 둔 실증주의 역사관이 쇠퇴하고 상대주의 역사학이 등장했으며, 탈민족주의 역사학도 등장했습니다. 문화 영역도 예외가 아니죠. 기존에는 문화보편주의 같은 것이 대세였으나 20세기 말에 이르면 문화상대주의가 등장해요. 과학 원리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그 여파가 모든 학문 영역에 이르고 사람들의 가치관 역시 혁명적으로 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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