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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은 자기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스스로 소유하고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문제에 대한 결정권, 즉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주체적·자율적 상태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자기 결정권이 없는 것을 타율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의의 관점은 이런 타율적인 정치 체제가 작동하는 사회를 '인간 소외의 사회'라고 규정한다.
자율과 타율, 그리고 타율에 의한 소외는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 참 중요한 개념입니다. 미셸 푸코는 현대사회를 규율사회라고 본다고 했죠. 사람들 스스로 규율을 만들지 못하고, 사회 시스템이 규율을 만들어 인간 개개인을 억압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타율적 상태는 인간을 결정권 밖으로 밀려나게 해 소외로 이어집니다.
자율과 타율 개념에 대해, “자기 문제에 대해 자기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 그것이 자율이다”라고 정리하세요. 이 정의의 반대가 타율이고요.
그렇다면 ‘소외'는 무엇일까요? 주의할 것은, '왕따'와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따돌림 당하는 것도 소외이긴 합니다. 예를 들어, 따돌림당하는 학생이 집에 가고 싶은데 다른 애들이 길을 막고는 돈을 내놓으라고 해요. 그 학생이 어딘가에 가거나 남에게 돈을 주는 건 본인의 문제이고 본인의 자유인데, 이 상황에선 그게 불가능하죠. 이런 결정권의 측면에서 볼 때는 소외의 범주에 포함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따돌림은 원래의 소외 개념과는 좀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볼게요. 똑같이 노동을 하지만 공장 노동자는 농민과 달리 생산에 대한 결정권이 없어요. 농민은, 토지를 소유한 자영농에 한해서지만, 자기 땅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콩을 심을지 팥을 심을지 결정할 수 있어요. 자율성이 있다는 거죠. 반면 공장 노동자는 무엇을 생산할지, 몇 개나 생산할지, 몇 시부터 몇 시간이나 일할지 등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죠.
대량생산 시스템의 현대사회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요. 찰리 채플린이라는 유명한 희극 배우가 연출하고 출연한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1936년에 나온 작품인데 공장이 배경이에요. 그곳에선 조립해야 할 물건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쉴새 없이 떨어져 나오고, 사람은 마치 기계처럼 나사 조이는 일만 반복합니다. 이렇게 단순 반복되는 노동 행위를 하던 채플린은 일이 끝나고 애인을 만날 생각에 문득 빠집니다. 공상에 잠기다 보니 작업 속도가 아무래도 느려지겠죠. 그러다 결국 작업에 문제가 생기고 채플린 은 깜짝 놀라 다시 빠른 동작으로 움직입니다.
데카르트가 이런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죠.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런데 ‘생각'을 하는 순간 먹고살 수 없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노동자가 기계의 부속품처럼 일해야 하는 것을 노동 소외라고 해요.
그럼 이런 노동 소외와 비교해 볼 때, 지금 공부를 하는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어쩌면 교육 소외의 상태에 처해 있다고도 볼 수 있겠 죠. 어떤 교과목을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지라든가, 대학 입학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치를지 등에 대해 결정권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요.
최근 들어 중요해진 소외 개념이 있습니다. 오늘날을 정보사회라고 말합니다.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서 누구나 쉽게 여러 가지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기기를 쓸 줄 모르는 사람, 혹은 아예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요? 그런 사람들은 정보와 지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와 산업이 발전했지만 그만큼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이 소외된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인간성이 상실된 시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배우는 현대 소설 중에도 이런 상황을 다루는 작품이 많아요. 그런 작품들을 실존적 소설이라고 일컬어요. 그리고 정치 영역에서는 이런 소외 문제에 대해 무정부주의적 관점이나 자율과 타율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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