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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화는 말 그대로 어떤 것을 상품으로, 즉 사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자급자족 경제체제에서는 물건의 교환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시장이 생기고 물물교환과 상거래 행위가 생겼다. 그러나 상품화가 심화되면 물신화(神化), 즉 사물 자체를 신격화하고 숭배하는 역기능적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공산주의 이념의 창시자 마르크스뿐 아니라 다양한 이론가들은 상품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급자족을 했던 원시 시대에는 구체적인 유용(有用)의 노동이 있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노동의 개념이 원래는 구체적이었어요. 내게 필요하고 유용한 물건만 만들면 되었죠. 그래서 그 물건의 가치는 사용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었어요. 사용가치인 것이죠. 이것이 자급자족 경제에서 노동이 가지는 가치였어요.
그러나 ‘거래’를 통해 생활하게 되면서 노동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로 바뀌었습니다. 거래를 하려면 두 물건의 상대적 가치를 평가하는 동일한 기준이 필요해요. 우리가 돈을 주고받는 것도 이 물건과 저 물건을 만들 때 들인 각각의 노동의 가치를 화폐로 평가하는 것이에요. 즉 교환을 위해 노동을 추상화시키는 겁니다. 이걸 노동의 교환가치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용가치는 그 의미가 무척 주관적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 내가 사용하는 물건의 가치는 남들이 평가할 수 없겠죠. 하지만 교환 가치는 그와는 다릅니다. 거래할 때 필요한 것이니만큼 추상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인간은 상품화와 교환가치를 위한 노동을 하게 됩니다. 남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노동하게 되 는 것이죠. 원래 노동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만, 교환을 위한 노동으로 변했습니다. 구체적인 노동이 아니라 사회적 노동이 되었어요. 하지만 ‘사회적 노동'이라고 해서 협업이나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노동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교환을 위한 추상적 노동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상품화는 경제 이론에서도 중요하고 시험에도 종종 출제되는 개념입니다. 생산수단, 생산요소, 계급, 물가 같은 여러 중요한 개념이 많은데 왜 상품화가 자주 출제될까요? 상품화 얘기를 할 때 자주 나오는 두 학자가 있어요. 먼저 장 보드리야르라는 프랑스의 학자가 있 습니다. 이 사람은 자본주의 경제의 상품성에 대해 많은 분석을 내놓았는데, 현실의 문제들을 예리하게 짚었어요. 보드리야르는 성적인 욕망 같은 요인을 포함한 상품화의 개념으로 자본주의 사회 전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상품화가 인간의 모든 정신 활동과 창조적인 삶 자체를 규정하고, 그 결과 인간의 삶이 피폐해진다고 보았어요. 또 몇 년 전에는 정의론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라는 미국 학자가 한국에 와서 강의를 했는데, 그의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뭐든지 사고판다.” 역시 상품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엿볼 수 있죠.
샌델의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명을 제외하고는 뭐든 사고팔고 있어요. 성(性)도 상품이 되었죠. 어디에선가는 생명까지도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인간이 과연 모든 걸 상품화해도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사고팔아서는 안 될 것이 있을까요?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물신화되는 현실에서 인간의 정신은 무의미해집니다. 원래는 인간이 살기 위한 객관적 조건에 불과하던 여러 물질적 배경이 이제는 인간 정신보다 중요하게 대우받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살아 있는 유기체인 인간들의 만남도 결국 상품과 상품의 만남으로 변질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그렇지만 시장 자본주의에서 상품화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상품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거래와 교환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상품화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품화가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측면으로 보통 두 가지를 얘기합니다.
첫 번째, 상품화를 통해 시장 가격이 인하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끼리 경쟁하면서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죠. 두 번째 긍정적인 결과는, 상품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좋은 품질의 상품이 유리하니까요. 결국 상품화는 경쟁 사회의 필 수적인 항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 즉 'FTA'가 뭔지 아시죠? 이 협정이 국가 간에 체결되면 외국에서 상품들이 싼 가격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만약 한국에 유럽 전자 제품이나 미국산 쌀 같은 상품들이 싼 가격에 들어온다고 해 봅시다. 한국에서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제 가 되겠죠. 농민들에게도 위협이 됩니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는 어떤가요. 가격이 낮아지고 품질이 좋아지면 그걸 싫어할 소비자가 과연 있을까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오늘날에는, 어느 정도는 상품화를 통해 물질적인 조건을 확보해야 그 바탕 위에서 정신적인 평안함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최소한의 물질적인 풍요가 없다면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기도 어려우니까요. 물론 요즘에는 ‘국민 행복 지수'라는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물질적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난 뒤에는 정신적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반면 토지, 노동, 화폐 자체의 상품화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칼 폴라니라는 학자입니다. 토지는 자연에 속한 원천이고, 노동은 인간의 자유 실현이기에 상품화될 수 없죠. 물건을 교환하기 위한 것에서 금융 상품으로 발전한 화폐의 상품화는 결국 2008년 미국발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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