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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유기체설은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하며, 생물체나 생물의 진화라는 개념에 빗대어 사회를 파악한다. 기능주의적 관점과 연관 있는 사회 유기체설은 지배계급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이용되기도 했다. 사회유기체설은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여러 측면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까다로운 개념이기도 하다.
이번 이야기를 쉽게 읽어 내려가려면 사회유기체설은 다양한 관점과 연관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회유기체설에 따르면 인간 사회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데, 각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기능을 잘 수행하기만 한다면 사회는 조화롭게 움직인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능주의적 관점과 우선 연결됩니다.
그런데 갈등주의 시각에서도 유기체설을 다룹니다. 갈등주의는 인간의 역사를 계급 간의 갈등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관찰합니다. 그러면서 고대의 노예제 사회, 봉건제 사회에서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유기체설을 이용해 왔다고 비판합니다. 지배자들이 백성들에게, “너희가 각자 맡을 일을 열심히 해야 사회가 잘 된다.”라는 생각을 나쁜 의도로 주입했다는 것이죠. 그래야 자신들이 계속 지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사회계약설을 보는 두 번째 시각, 즉 갈등주의적 관점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개인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각 개인들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게 되는 것이죠. 자연히 사회유기체설도 약화되었겠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유기체설이 다시 등장합니다. 생물학, 진화론 등의 괄목할 만한 발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그 대표적 이론가로 19세기 후반 영국의 사회진화론자 스펜서가 있습니다.
사회진화론, 진화심리학과 용어가 비슷하죠? 헷갈릴 수 있지만 차분하게 들여다보세요. 진화심리학은 근대 자본주의 경쟁 원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두고 볼 때, 우리가 원시인들의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입장이었죠.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이 진화심리학과는 전혀 다릅니다.
사회진화론은 제국주의 이론, 인종주의 이론에 가까워요.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 이론인 셈이죠. 진화론의 관점을 확대하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진화의 최종 단계가 인간이니까요. 사회진화론은 사회도 역시 진화한다고 봅니다. 그런 시각에서 서구가 식민지보다 우월하고, 따라서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 행위는 자연의 법칙 즉, 약육강식의 결과라는 논리를 펼쳐요. 사회진화론은 나아가 인종차별 성향까지 보입니다. 대단히 극우적인 발상이에요. 이 사회진화론이 사회유기체설의 견해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유기체설은 국가와 사회의 기원설과도 관련됩니다.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근원을 밝히는 이론으로는 정복설이나 왕권신수설, 사회계약설 등이 있습니다. 유기체설도 그중 하나인데, 사회계약설과 대립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17~18세기의 사회계약설에서는 독립적인 개인을 강조했어요. 그게 자유주의 국가관이고요. 그와 달리 사회유기체설은 이 세상에 독립적인 개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어요. 국가주의 국가관에 기초를 둔 관점이죠. 국가 없이는 개인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이게 지나치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요.
현대에 들어 포스트모더니즘의 생태주의도 사회유기체설과 관련을 가집니다. 생태주의는 총체성이라는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봅니다. 탈근대론은 근대의 일원적인 인과 관계를 부정하고 다원적인 상호 관계를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원인과 결과로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생태주의는 사회의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사회유기체설을 계승한 측면이 있어요. 또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공리주의적 효용 이론으로 바라보지 않고 상호 연관성 안에서 바라보는 데 이바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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