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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_필수 배경지식

사회명목론과 사회실재론

by PalBong's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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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명목론은 사회란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 낸 가상의 이름이라는 관점이다. 즉 '개인'만이 실재하는 존재이고, 사회는 개인의 집합체일 뿐이라 는 것이다. 사회명목론은 곧 개인실재론이며, 사회계약설과 자유주의 사상, 개인주의 사상 등으로 연결된다. 반면 사회실재론은 사회를 개개인의 합 이상의 독립적인 실체로 보는 이론이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개인이란 사회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사회실재론은 사회유기체설, 국가주의 국가관 등과 이어진다.

     사회명목론은 곧 개인을 중시하는 개인실재론입니다. 이는 곧 개인주의-사회계약설-자유주의로 연결됩니다.
     자유주의 정치·경제·철학 등은 다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자유주의 정치 이론인 사회계약설을 봅시다. 로크(로크의 사회계약설 참고)는 국가는 밤의 경찰 같은 역할만을 하며 개인의 자유권과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자유주의 경제는 애덤 스미스(애덤 스미스의 자본주의 참고)입니다. 그의 자유방임주의는 개인이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잘해서 시장경제가 운영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유주의 철학으로는 데카르트를 꼽을 수 있어요. 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존재한다고 처음으로 선언한 인물이 데카르트죠.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생 1596년 3월 31일 - 몰 1650년 2월 11일)는 프랑스의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근대 철학의 아버지, 해석기하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합리론의 대표주자이며 본인의 대표 저서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계몽사상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주체'의 근본 원리를 처음으로 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달리 사회실재론은 집단주의-공동체주의-사회주의, 복지국가로 연결됩니다. 사회유기체설과도 직접 관련되어 있습니다.
     중세 말기에 오컴이라는 영국의 수도사 겸 신학자가 있었습니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유명한 이야기로 기억되는 인물이죠. 그는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개념을 마치 면도날로 자르듯 단순하고 경제적으로 잘라 내는 사고방식으로 유명합니다. 당시에 ‘보편'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대한 학문적인 논쟁이 있었습니다. 오컴은 보편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모든 개체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함께 존재하는데, 오컴은 추상적인 보편의 개념을 잘라 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특수한 개개의 개체만 남게 되죠. 다시 말해 오컴이 면도날로 다 잘라 버린 끝에 개인이라는 실재만 남은 거예요. 개인을 영어로 ‘인디비주얼(individual)'이라고 하죠? 어원으로 보면 ‘나뉠 수 없다.'라는 의미입니다. 더는 나눌 수 없는 고유한 존재란 뜻이에요.
     보편 논쟁은 결국 '신'의 영역으로 이어집니다. 중세를 지배한 크리스트교 이론을 생각해 보세요. 신이야말로 보편적인 존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세상 어디에도 보편이 없다는 주장은 신의 존재에 대한 도전인 거예요. 어떤 이는 오컴은 ‘믿는 것’과 ‘아는 것’을 분리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보편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개인주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명론(唯名論) 혹은 명목론(名目論)이란 것이 있습니다. 노미널리즘(nominalism)이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이름으로만 존재한다.”라는 것이죠. 개념만 있고 실체가 없다는 뜻이에요. 보편은 단지 이름만 존재한다는 이론을 ‘보편에 대한 유명론적 시각’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보편의 자리에 사회, 국가를 넣어 보세요. 바로 사회명목론과 이어집니다. 사회가 이름만 존재한다, 국가가 이름만 존재한다 는 식이죠.
     이와 반대되는 것이 실재론(論)입니다. 리얼리즘(realism)이죠.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중세에는 보편실재론, 즉 보편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현실을 지배했습니다. 보편실재론은 중세의 체제를 인정하고 순응하는 사상이니 당시에는 보수적인 입장이었다고 볼 수 있죠. 반면 보편유명론은 중세에는 급진적인 사상이었어요.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 이후 근대가 시작되었습니다. 17~18세에는 사회계약설이 등장하죠. 사회계약설은 보편과 신에 대한 명목론의 관점을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신 세계에는 개인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개인실재론이죠.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상이었을 겁니다. 어떤 측면에선 근대의 개인이 중세의 신을 대체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사회계약설은 당시 절대왕정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계몽주의와 저항권을 주장했습니다. 시민혁명의 이론적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죠.
     그리고 20세기 말 신자유주의가 등장합니다. 18세기의 자유주의처럼 개인을 중시하는 이론이죠. 그런데 18세기 자유주의가 혁명적이고 진보적이었던 반면, 신자유주의는 신보수주의의 형태를 띕니다. 20세기에 등장한 복지국가 이론에 대해 신자유주의는 비판적이에요. 사회복지 정책을 축소하자고 주장하죠. 이처럼 똑같이 개인을 중시하는 자유주의라 해도 사회적 상황에 따라 진보주의가 되기도 하고 보수주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